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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미리는 오늘

콩나물 키우기

어렸을적 어머니가 뒷방에 커다란 고무다라이 위에 막대기 두개를 놓고 그 위에 시루단지를 걸터올려놓고 콩나물을 키웠었다.

너무 어렸을 때라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고 학교갔다 오면 한번씩 바가지로 그위에 물을 뿌려줬던 기억과 시루 한가득 콩나물이 자라나던 기억만 있다.

용미리는 콩나물 하나를 사려고 해도 차를 가지고 가야한다.

그래서 콩나물은 집에서 키워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여러번 도전을 하는 중인데 번번히 실패다.

자꾸 콩만 썩고 콩나물은 겨우 몇가닥 자랄까 말까...

원인도 모르겠고 역시 콩나물 재배기가 필요하다고 혼자 결정하고 재배기를 사기로 맘먹고 있었다.

남편 말로는 시어머니께서 예전에 콩나물 재배기로 콩나물을 길러 드셨다길래 어머니께 재배기 성능이 어떤지 물어봤다.

엄마 말로는 처음 2-3번을 잘되는데 이후에는 재배기에 균이 번식하는것 같아 잘 안된다고 하셨다.

그때는 몇십년 전이고 지금의 재배기 기술은 더 좋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또 돈지랄만 하게 될까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시도해 보기로 했다.

어머니의 조언에 의하면 콩나물로 키울 콩은 콩을 수확할때 두르려서 털면 안된단다.

콩에 상처가 있으면 콩나물이 안되고 그대로 썩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번에 엄마가 두부해먹으라고 주신 콩은 두드리지 않고 털은 콩이라며 한번더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콩나물을 키우는 콩이 노랗다고 다 콩나물 콩이 아닌모양이다.

종자가 따로 있다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가 주신 노란콩이 메주도되고, 두부도 되고, 콩국수도 되고, 콩나물도 되는 것인줄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시도해 보았다.

 

이번엔 육안으로 상태가 좋은 콩만을 골라 하룻밤 불려서 찜솥에 양파망을 깔고 콩을 넣고 뚜껑을 닫아 두었다.

찜통의 구멍으로 콩나물 뿌리가 아무래도 삐져 나갈것 같아서 망을 깔았다.

이때 고민한 문제가 있는데,

처음엔 검은 보자기를 찜통위에 덮었는데 물줄때마다 그게 조금 걸리적 거려서 그냥 뚜껑을 닫았다. 그러나 여기서 뚜껑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뚜껑은 빛을 차단하는데는 효과적이긴 하지만 통풍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가 아직 밤에는 영하로 내려가긴 하지만 배란다에 두고 키우기로 했다.

아무래도 집안은 너무 더운것 같아서...

그런데 3일정도 지나도록 싹은 나지 않고 콩이 점점 거뭇거뭇해졌다.

손으로 만져보니 썩지는 않은듯 탱탱하긴 하다.

인내를 갖고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일주일정도 지나면서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 지기도 했고 갑자기 콩나물이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오늘 시장에서 사온 콩나물(왼쪽)과 집에서 키운 콩나물(오른쪽)이다.

콩의 크기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보인다.

역시 두부나 메주를 만드는 콩은 콩나물 콩이 아닌모양이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다음엔 제대로 콩나물을 키워 보리라.

오늘 다시 콩을 불리기 시작해서 내일부터 제대로 일지를 써보리라.

다음엔 통풍, 빛차단, 생육온도를 옛방식대로 적정하게 맞추어 제대로 해보겠다.

 

상처가 없는 건강한 콩만 골라서 하루 담궜다가

 

아랫쪽에만 구멍이 있는 찜통과 전면에 구멍이 있어 통풍이 잘될것 같은 찜기에 얇은 거즈를 깔고 콩을 올리고

 

통풍의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통풍이 안되는 뚜껑을 덮고 한쪽은 통풍이 잘되는 천을 덮어서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실패.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통풍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왜 콩나물이 자라면서 콩이 거뭇거뭇해지는 것일까?

콩나물 콩이 아니라서 그런가?

물은 수돗물을 하루를 받아 두었다가 매번 새물을 줬다.

옛날에 집에서 콩나물 키울때는 바닥으로 빠진 물을 2-3일에 한번씩 갈아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콩이 자꾸 썩는것 같아서 나는 하루를 재운 수돗물을 매번 깨끗한 걸로 줬는데...

물도, 통풍도, 온도도 원인이 아닌것 같다.

다음에 콩나물콩으로 마지막 도전을 한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는 콩나물 키우기 포기하리라.

 

백태: 메주를 만드는 데 쓰는 노란콩.

서리태: 검은콩, 서리를 맞은 10월경에 수확. 껍질은 검고 속은 파랗다고 하여 속청이라고도 부른다.

쥐눈이콩: 서목태. 검은콩보다 작다. 약콩이라고도 부른다.

대두황: 콩나물콩. 두아채.

 

콩나물콩은 여러종류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맛있는 콩이 오리태.

예전에는 서안태를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구하기 힘들다.

이밖에도 수박태, 청태

 

자료를 찾아보니 하루 불렸다가 3일이면 콩나물이 다 자란다는데...

내가 키운 백태는 절대 3일만에 안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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