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준공도 떨어지지 않은 집에 대충 사람이 살정도로 황토집을 마무리하고 이사를 왔을때가 4월 말이었다.
추위는 누그러들고 완연한 봄이였다. 그때 항암치료를 받고계시던 이모님이 오셔서 한달을 우리집 1층에 계셨었다.
젊은 우리들은 밤에 잠깐씩 난로를 피우며 지낼때지만 환자가 있기때문에 1층 기름보일러를 틀었었다.
한달만에 200리터 기름 한드럼이 사용되었다. 그것도 낮에는 꺼두고 저녁에만 틀었는데 말이다. 맘껏 돌리지도 못했다는 거다.
그럼 우리집 아래윗층을 다 기름 보일러를 돌리면 한달에 두드럼씩 기름이 든다는 말이된다. 헉!!!
서울에서 살때는 제일 추운 겨울에 도시가스 비용이 20만원 정도 나왔다. 물론 용미리집에 비하면 평수도 작긴 했지만,
난방비, 온수사용료, 가스렌지사용료까지 합쳐서 그정도였다는 것인데,
용미리집은 전기온수기를 사용하고 부엌에서도 전기렌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일러는 오로지 난방에만 사용하고 있다.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시부모님댁에 가면 아버지가 "기름 보일러 돌리면 한겨울나는데 기름이 300만원은 든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지나쳤는데 이제야 그말이 가슴에 와닿으면서 그 말속의 의미까지 공감이 간다.
시골살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물론 우리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때는 직접 살아보기 전에 머리로만 고민했을 뿐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고민이 아니었다.
집에오는 손님들은 다들 한마디씩 "시골살림의 꽃은 집안에 장작난로"라고 말한다.
그분들은 전원생활의 운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난방비와의 전쟁 추위와의 전쟁이고 나무난로는 그 전쟁에서 살아남을 무기다.
아직 10월이니 추위가 시작되었다고 하긴 이르다. 아직 가을인게지. 김장도 하려면 한달은 있어야 할거니까.
그러나 닥치고 준비하면 너무 늦는다.
작년 겨울에 집짓기 공사하면서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뒤늦게 난로를 사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적당한걸 찾았다가도 배송문제때문에 못사기도 하고, 당장 설치하고 싶은데 주문이 밀려서 안된다고도 하고,
아주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추위때문에 정말 서러운 날들을 보냈었다.
작년에는 난로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지만 올해는 써본 경험이 있고, 지금 윗층에서 잘 사용하고 있는 난로가 있으니 어디서 사야할지 어떤걸 사야할지 고민할일 없이 1층에도 하나 들여놨다.
작년에는 덕산난로가 모델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작년 난로에서 불편한점을 보완한 신형난로가 용량이 큰것과 작은것으로 두가지가 있었다.
집을 지으면서 벽난로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공사비도 부족하고, 비싼 벽난로를 특별한 지식과 경험없이 덜컥 들여놓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고해서 벽난로를 설치할 구멍만 벽에 미리 뚫어놓고 일단 보류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벽난로는 일단 보류하고 직접 설치가능한 나무난로로 가기로 결정했다.
새로 설치한 벽산나무난로다.
넓이는 작은 난로와 별 차이가 없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는 않고 대신 높이가 높아지면서 난로내부가 거의 두배정도 되는 느낌이다. 길이가 긴 나무들도 수월하게 들어가고 한번에 많은 양의 나무를 넣어둘수 있을 것같다.
불은 정말 잘붙고 잘탄다. 우리는 아직도 불붙이는 토치같은게 없다. 그냥 신문지나 폐지로 아직도 불쏘시개를 한다.
지난주에 들깨를 털어서 잘마른 들깨대가 있어 그걸 한주먹 넣고 불을 붙이면 백발백중 한번에 불이 확~ 옮겨붙는다.
2층에 설치한 난로에 비해 화력이 훨씬 쎄기도 하고, 게다가 눈으로 불타는 모습이 보이니 더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거 뭐 굳이 벽난로 설치할 필요가 없겠다.
볕좋은날 아침 화물택배로 난로가 도착했다. 실제 모습을 보니 사실 가슴이 쫌 콩닥콩닥했다
난로에 내열페인트(?)같은게 칠해져 있기 때문에 밖에서 난로를 한번 태우고 설치해야 한다.
작년에는 그걸 모르고 그냥 들여놓고 설치하고 불을 땠다가 질식해 죽을뻔했다.
이번엔 뭐좀 아는 여자니까 마당 한가운데에 난로를 받아놓고 태울준비를 했다.
작년에 사용한 난로는 연통이 110미리였는데 올해는 150미리로 연통이 커졌다.
아무래도 연기도 더 잘빠지고 집밖으로 손실될 열도 집안에 많이 가둬둘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문짝이 따로 포장이 되어 들어있어서 처음엔 당황했다.
왜 조립을 안하고 보내줬을까???
다 이유가 있었다.
문짝을 조립하는 일은 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저 구멍에 맞추고 걸려있는 너트같은 걸로 위에서 끼우면 끝나는 일이다.
문짝을 끼울수 있는 구멍이 양쪽에 있다.
문을 오른쪽으로 열거나 왼쪽으로 열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거참 생각지도 못한 기능이다. 매우 간단한 일인데 참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현관문도 집집마다 우문, 좌문을 선택해서 맞춰야 하고, 현관보조키도 우문용과 좌문용이 나눠져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이렇게 설치자가 좌우를 선택해서 달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도 많지만 직접 공사할거라면 항상 꼭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난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일단 자리를 잡고, 바닥에 난로 바침대같은걸 두어야 하는데 철물점에 가니 2만원정도 하는 철판 받침을 팔고 있었지만 우린 그냥 만들기로 했다. 나무나로를 한해 써보니 난로 바닥으론 전혀 열이 안온다는 사실!!!
왜냐면 나무가 타는 아궁이(?)아래쪽에 재받이가 있기 때문에 전혀 열이 오지 않는다.
뭐 그래도 조금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전혀 화재위험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이 연통을 자르고 있다.
연통이 집안을 사선으로 완전히 관통했다. 내부 연통을 길게 해서 연통의 열기를 최대한 집안에 잡아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게 너무 길면 난로의 연소기능이나 연기빠짐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데 작년에 사용한 난로도 집안에서 매우 길게 연통이 나갔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믿기로 그냥 결정!!!
게다가 150미리관인데... 설마 이렇게 넓은 관으로 연기가 잘 안빠지는 일이 있기야 하겠나 하는 마음. 결국 10미터정도.
집밖으로 나가는 연통 끝을 만져보니 그냥 미지근한것이 열기는 거의 밖으로 안나갈것 같다.
덕산난로 홈페이지에 보면 연통으로 열이 나가는 것을 최소화시키고 옆으로 열이 많이 나는 것이 특허라고 되어있던데 정말 그래서 연통이 별로 안뜨거운가!
난로 설치한 분들이 보면 기술이 좋은 분들이 집안에서 최대한 연통을 길게 하면서 연기가 잘빠지게 해서 연통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을 하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이 난로는 5미터 정도 지나니 열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난로설치한 첫날 저녁 오빠도 오시고 신랑이랑 셋이 맥주한잔 하는중.
밭에 끝물 방울토마토도 따고 난로에 구운밤이랑 땅콩으로 안주하고 있다.
이추위에 보일러도 안틀었는데 두남자는 지금 반팔입으셨네! ㅋㅋㅋ
사진찍고 있는데 두분은 지금 TV시청 '1박2일'보고계십니다. 주원씨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하차하는 날이랍니다. ㅋㅋㅋ
아직도 공사하면서 남은 폐목들이 많아서 올해는 장작을 사지 않아도 될것같다.
올해는 난로가 두대라서 좀 많이 때지 않을까 싶은데... 빨리 다 때고 우리도 참나무장작 사서 때보고 싶다.
난로를 피워보니 30센티정도 되는 저 두꺼운 오비끼(공사판에서 아저씨들이 오비끼라고 부르는 각재)한개가 한시간정도 타는것같다. 난로 피울때 4개씩 넣으니까 4시간 탄다. 다음엔 8개쯤 넣어보면 8시간 타려는지 한번 해봐야겠다.
강아지들 산책갈때마다 뒷산 산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몇개씩 주워왔는데 이렇게 많아 졌다.
밤에는 벌레가 진짜 많다하는데 벌레들이 갉아먹은 부스러기들이 묻어있다.
이거 군밤만든다고 그냥 난로에 넣었다가는 난로안에서 밤폭탄이 터진다.
어디 한군데 칼집을 내어줘야 한다.
난로에 넣을거라 이렇게 김밥처럼 말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개씩 꺼내서 구워먹을 참이다.
도시에 살때도 가끔 군밤 먹고싶을때가 있었는데, 시골에 오니 좋은건 이런건 사먹는게 아니고 주워먹으면 된다. ㅋㅋㅋ
지난 장날에 남편이랑 장구경갔을때 호떡이랑 붕어빵파는 것을 봤는데 좌판에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도 하나씩 다 먹고 계셨다.
생각해 보니 여기 시골에서는 장날이 아니면 먹을수 없는 음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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