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4일을 끝으로 흙벽에 대한 고민은 끝났다.
이것저것 발라보기를 수차례끝에 전분풀이 답이었다.
이 또한 작업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에 따라 의견이 분분해 질 수 있는 부분인것 같은데 우리가 내린 답은 전분풀이었다.
해초풀, 느릅나무, 황토앙금...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해보면서 하면 할수록 우리가 너무 겁도 없이 흙집을 짓는다고 한것이 아닌가 걱정과 후회가 일어났다.
건축이라고는 문외한인 우리가 집을 짓는다고 나선것 부터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이르러 우울하기도 했다.
파주와 서울을 매일 오가며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남편은 정말 그방법이 맞느냐고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해오고, 문헌과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최고의 답은 전문가에게 맡겨 황토미장을 하고 그위에 한지로 도배를 하는 것이었다.
옛날 사람들이 흙집에 그냥 살았던건 먼지가 안나고 흙이 안묻어서가 아니라 형편이 그렇게 살수밖에 없어서 감수하고 살았던 것인가보다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우리도 태연하게 다른 사람이 물어오면 "그냥 이렇게 살아보고 영 불편하면 나중에 도배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처음 흙집을 도배하지 않고 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나는 여간 자존심이 상해 오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답이 없는 것일까?
황토페인트를 사서 발라야 하는 것일까?
도배를 해야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전분풀로 마감된 황토벽에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참 다행이다.
흙벽마감을 위해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이거다 싶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해초풀을 이용해 흙벽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해보기로 했다.
도박이라는 해초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도박을 구할 길이 없었다.
제주도 울릉도에 있는 지인들까지 총동원했지만 그 비슷한 것들은 있어도 도박을 팔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뭇가사리로 하기로 정하고 밀양한천이란 곳에서 1kg에 15,000원에 쉽게 구할수 있었다.
300g을 가마솥에 넣고 3시간동안 끓여서 황토앙금과 섞어서 발랐더니 발수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손으로 만저보면 흙모래가 떨어졌다. 그래서 그다음엔 황토를 섞지않고 해초풀만 흙벽에 붓으로 발랐더니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보이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수차례 더 발라야 하는것인지 앞으로 계속 도전해 볼 생각이다.
느릅나무껍질 삶은 물을 바르면 흙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보고서가 있어서 해초풀대신 느릅나무를 3시간동안 삶아서 발라보았는데 이것은 해초풀에 비해서도 훨씬 효과가 없었다. 느릅나무액을 황토앙금과 섞어서 바르면 눈으로 볼때는 벽이 매끄러워지는 것처럼 보이나 손으로 만저보면 역시나 이것으로 마감해서는 안되겠다싶다. 그래서 황토앙금을 섞지않은 느릅나무액만 덧발라 봤지만 역시 효과는 미비했다.
전분풀을 바르면 된다는 논문을 찾아서 그대로 실험을 해봤다.
그런데 논문작성자가 아무래도 국어실력이 약한 사람이었는지 몇몇오타와 잘못된 어휘선택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실험방법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처음엔 2%전분물을 만들어 바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해봤는데 해초풀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있으나 전분가루 얼룩이 생겼다.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논문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허술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전분이 아니라 도배할때 쓰는 전분풀을 희석해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 전분풀을 만들어 봤다.
인터넷에서 전분과 물을 1:3으로 섞어서 하라는 말만 듣고 비율을 정확히 맞추어 풀을 만들었다.
1:3으로 전분풀을 만들경우 이렇게 되고 만다.
역시 인터넷 정보는 잘 선택해서 믿어야 한다.
거품기가 풀에 묻혀 빼기도 힘들었다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전분과 물의 비율을 정확히 1:10으로 해서 찬물에 잘 풀어준다.
나무주걱으로 쉬지않고 저으면서 풀을 끓인다.
조금만 방심하면 바닥에 늘러붙거나 덩어리진다. 전분가루는 물에 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풀어놔도 조금 지나면 바닥에 다 가라앉고 물과 분리되는 성질이다.
열을 가해서 그 성질이 변해야만 물에 풀어진다.
점점 투명해 지면서 전분풀이 완성되었다.
혼자서 풀끓이고 희석하고 바르고 하다보니 사진을 찍지 못했다.
준비해둔 전분풀을 다시 1:10의 비율로 희석해서 붓을 이용해 흙벽에 발랐다.
마른후 맨손으로 벽을 만저보면 벽이 뽀득뽀득 뽀송뽀송한 느낌이 든다.
흰 면장갑을 끼고 벽을 만지면 장갑에 흙이 묻어나지 않았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그러나 벽에 붙어있는 모래알갱이는 어쩔수 없이 부서져 내린다. 그래서 면장갑을 끼고 일일이 벽을 문질러서 굴러다니는 모래 알갱이를 제거해 주었다.
오빠가 또 일을 도와주러 오셔서 흙벽을 문대고 있다.
농약줄때 쓰는 분무기를 이용해서 전분풀을 뿌려주니 1시간이면 1,2층을 모두 뿌릴수 있을 정도로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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